좆소기업 - 일 중독자
경영지원 : 드디어 개발부에도 새로운 중역이 오는군요.
품질 : 연구소장님이라...
생산 : 뭐 그래봐야 별 거 있겠어?
경영지원 : K대학원 박사 학위에 L전자 책임연구원이었는데요
생산 : ......
전무 : 반갑네. 앞으로 잘해보세
연구소장 : 잘 부탁드립니다.
개발 : 음...
품질 : 스펙도 있으신 분이 우리 회사에는 어쩌다가...
부장 : 개발직이야 자기 능력만 있으면 이직은 일도 아니야
듣자하니 국비지원으로 연구 과제 중이라는데 우리 회사에서 그거 마무리하고
중진공에서 지원받아 창업하려는 모양이야
연구소장 : 그럼 일을 시작해봐야겠군
개발 : 지금 우리 개발부 앞으로 떨어진 프로젝트들인데 7가지나 됩니다.
연구소장 : 그렇군(뿌듯)
개발 : ...?
- 일주일 뒤 -
품질 : 요즘 점심시간에 왜 얼굴 안보이시나요? 보기 힘드시네
개발 : 말도 마세요. 연구소장님은 밥도 안먹고 일만 해요. 나도 차마 가자고 말은 못하고
품질 : 대단히 열정적인 분이시네...
부장 : 열정이라기보다 전형적인 일 중독자의 증세같군
품질 : 일 중독자요...?
부장 : 일 자체에 아예 푹 묻힌 사람들이지. 보통 개발 연구직에 그런 사람들이 제법 있다네
실험실에 있는게 그냥 즐거운 사람들이야 본인이야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재밌겠지만
부하직원들은 아마 죽는 소리를 낼 걸세
연구소장 : 음? 자네 점심 안먹었나?
개발 : (지금 오후 4시인데...)
- 오후 10시 -
연구소장 : 그래, 이 조건들로는 내식성이 매우 떨어지는걸 알아냈어
개발 : ...
연구소장 : 시료를 4시간을 용액에 담궈 놔야 하니까... 음... 자네는 먼저 들어가 보게
개발 : 알겠습니다 (으으 살았다)
- 오전 2시 -
연구소장 : 이정도면 된 것 같군. 잠 좀 자둬야겠다. (연구소 한쪽에 마련한 야전침대에 눕는다)
- 아침 7시 -
연구소장 : (일어나자마자 샘플 체크) 그렇군... 이건 잘됐네
그래, 이걸로 몇 개 더 해봐야겠다
전무 : 음? 이거 레드X이네. 피곤한데 하나 마실까나
경영지원 : 그거 연구소장님이 연구비로 신청해서 주문한 레드X 1박스인데 하나 정도는 없어도 뭐라 안하시겠죠
전무 : 그...그래? 그 사람 집에 안간지 좀 된 것 같은데
경영지원 : 오늘은 가신다네요. 한 3일 됐나
개발 : (초췌)
품질 : 아니, 얼굴이 반쪽이 되셨군요
개발 : 피곤합니다...(지나감)
품질 : 굉장히 힘들어 보이네요
부장 : 뭐 잘된 일일 수도 있어. 저렇게 좀 지내다 보면 실력은 일취월장하게 되어있지
연구직에 몸담는 사람이라면 익숙해져야 될 일이야
연구소장 : 음, 보고서를 써야겠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무 : 개발부 프로젝트가 늘었다고?
경영지원 : 온갖 일 다 가져와서 지금 진행하는게 15개 랍니다.
부장 : ......
- 그날 밤 -
연구소장 : 자자, 조금만 더 작성하면 이 건은 마무리네
부장 : 바쁩니까?
연구소장 : 어이쿠, 품질부장님이시네요. 어서 오세요.
부장 : 식사 안하셨으면 간단히 뭐라도 드시죠
연구소장 : 음? 그럴까요?
- 00해장국집 -
부장 : 가볍게 반주라도 하면
연구소장 : 오, 그러죠
부장 : L전자에서 나름 유명한 분이셨더군요
연구소장 : 하하, 별로 그런 건 없는데
부장 : 나도 S전자 있을 때 소장님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납니다
연구소장 : 아아...S전자에 계셨군요!
- 1시간 뒤 -
부장 : 집에는 자주 안가시나 보군요
연구소장 : 하하, 아무래도 이 일을 하다보니 좀 그래요. 가족들은 나를 이해 못하겠지만
나는 내가 하는 일이 재밌습니다
부장 : ......
딸 : 아빠, 잠깐 이야기 좀 해
부장 : 아버지를 이해하라는 건 아니란다. 하지만 응석부릴 나이는 지난 거 아니니?
부장: ......
연구소장 : 음? 뭘 그리 생각하십니까?
부장 : 아뇨, 잠시 과거 일을 생각했습니다.
소장님을 보면 내 과거 모습이 떠오르거든요
연구소장 : 그런가요?
부장 : 가족이란, 같이 있을 수 있을 때 자주 있는 것이 나을 겁니다
연구소장 : ...?
- 다음날 -
대표 : 연구에 부족함은 없나?
연구소장 : 예, 대표님 덕분에요. 그런데 품질부장님이 S전자 연구원이었다면서요?
대표 : 음, 그랬지
연구소장 : 그 사람도 알아보니 업계에서 알아주는 유망주였던데 왜 품질 일을 하고 있습니까?
대표 : 지금은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그 친구는 전형적인 일 중독자였네
오직 일만 했지. 대신 그 결과로 가족들에게 보상하기를 원했던 거야
딸아이가 집단 따돌림으로 괴로워하다 스스로 세상을 떠났을 땐 이미 모든게 늦어 있었네
그 뒤로 한동안 일을 놓고 지내다가 지금은 소일하고 산다네
연구소장 : ......
개발 : (으으~ 오늘도 야근이겠군)
연구소장 : 흐음
개발 : ...?
연구소장 : 뭐, 가끔씩은 집에 일찍 들어가 보는 것도...
자네도 들어가 보게
개발 : (으헤헤~ 오늘은 일찍 마친다 빠순이들이나 보러 가야지~)
연구소장 : 어...
부장 : 음? 연구소장님
연구소장 : 아, 하하하
부장 : 퇴근하신 것 같은데 회사 앞에서 계속 서성이시는 이유라도...
연구소장 : 사실 난, 몇년 간 이 시간에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너무 어색해서...
부장 : ...
연구소장 : 아하하...
부장 : 모처럼 가족들 선물이라도 사서 들어가면 어떨까요
연구소장 : 선물이요? 어...
그동안 내가 내 손으로 사 본건 비커, 스포이드, 약품, 이런거 밖에 없어서 대체 뭘 골라야 될지...
부장 : ...뭐, 같이 가도록 하죠. 제가 봐 드리죠
연구소장 : 아하하하, 이거 고맙습니다
부장 : 그래요...(하늘을 본다) 음?
연구소장 : 오, 눈이 오네요. 첫눈인가...
부장 : 잘 됐네요. 가족들에게 이번에 첫눈 선물을 하는 겁니다
연구소장 : 그래요...
연구소장 : 으음, 이 시간에 들어가는 건 역시 어색하단 말이야...
출처 : 일간베스트 원글은 중소기업이 고소해서 지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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