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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소기업 시리즈

좆소기업 오너

by 소수의견 2023.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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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소기업 오너

 

 

 

품질 : 대표님 차네요. 어디 가시나 보네

 

 

생산 : 심심하니 놀러가나본데. 팔자 편하구만

 

 

비서 : 벤더업체 회의 참석하실 시간입니다

 

 

이사 : 직원들은 우리가 어디 놀러가는 줄 아는 모양이군요

 

 

대표 : 뭐 실제로도 비슷하고. 오너는 놀고 다니는게 여러모로 유익해

 

이사 : 예?

 

대표 : 직원들이 언제 회사가 망했다고 느끼는 줄 아나?

내가 사소한 것 하나 하나 간섭하며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때라네

내 초조함을 절대 사원들에게 드러내어서는 안되네

물론 사원들도 내가 없이 일하는게 월등히 자유롭고 낫겠지

오너는 놀러 다니는 것처럼 보이고, 실제로 놀고 다녀야 회사가 잘 유지되는 거야

 

이사 : 음...

 

비서 : 벤더 사장들이 다 모여 있군요

 

이사 : 짜맞춘 것처럼 자동차가 에쿠스, 체어맨들 뿐이네요

 

대표 : 고객사 왔는데 최대한 가난하고 측은하게 보여야지

외제차 타고 오면 요즘 여유있고 졸부처럼 보일 수 있어

하지만 동종업계 사장들끼리 모였으니 딸려보일 수도 없고

그나마 타협한 게 국산 고급 세단이야. 일종의 우리세계 교복같은 느낌일까

 

 

OO인터네쇼날 회장 : 어이쿠 자네 오랜만이구만

 

대표 : 선배님 오랜만이군요. 잘 지내셨습니까

 

회장 : 요즘 골프 하느라 정신없지 뭐

 

이사 : 생각해보니 직원들은 우리가사치부린다고 골프치러 다니는 줄 알겠네요

 

대표 : 그게 바로 아랫사람들의 생각이란 것이야

기업 임원들과 사장들이 모여서 연예인 이야기를 하겠나?

정치, 경제 이슈나 골프, 주식, 투자같은 이야기밖에 안해

거기에 끼려면, 그걸 해야지

직원들이야 주변 사람들과 등산가고 소주 마시고 기껏해야 노래방 보도 데리고 노는 급의 사회이니

뭐 알 리는 없지

 

회장 : 그런데 자네 중국 갔던 OO도금 김대표 소식 들었나?

 

대표 : 백방으로 뛰어다녔는데 결국 회사가 쓰러졌다고 들었습니다만

 

회장 : 말도 말게. 집에 유서 하나 남기고 사라졌다는구만.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몰라

중국놈들이 정말 독한 놈들이야

산업단지에 외국 회사들 유치한다고 간 쓸개 다 줄듯 하더니만

경제가 살아나니 찬밥 대우하며 각종 규제에 노동법 위반이다 안전 위반이다 하며

공안에 관계당국까지 수시로 못살게 굴었으니 결국 그리 된거야

 

대표 : 전망이 어둡군요. S랑 H사도 국내에서 다 빠져나간다고 하는데

S는 이미 생산을 모두 베트남에서 한다고 하더군요

H사도 슬슬 준비중이라고

 

회장 : 노조 그 썩을 놈들이 툭하면 라인 정지하고 데모하는데 나같아도 해외로 나가겠네

아무튼 휴대폰, 자동차 경기는 이제 끝물인 것 같네

 

비서 : 사장들이 모이는군요. 곧 회의 시작하려나 봅니다

 

대표 : 선배님. 일단 들어가 보죠

 

대기업 간부 : (잔소리중)

 

회장 : 저 삿대질 하는거 봐. 새파라이 어린 노무 새끼가, 건방진 놈 같으니...

 

대표 : 그냥 그러려니 하시죠

 

간부 : 뭐 아무튼 물량을 30% 더 줄이니까 거기에 맞춰서 하시면 되고

 

회장 : 30%나 말입니까? 그건 우리보고 죽으라는 소리입니다

직원들 월급은 무슨 돈으로 줍니까?

 

간부 : 난들 어떡합니까? 노조가 이번달 내내 파업 중이라 생산 라인이 안돌아가는데 방법이 있어요?

 

회장 : 개새끼들...맨날 단가 후려치기만 하는 것들이...

 

대표 : 참으시고 밤에저랑 술이나 한 잔 하시죠

 

간부 : 자, 다들 돌아가보자고. 참 OO텍 대표님은 좀 남아요.

 

대표 : ...?

 

간부 : OO텍은 하자있는 제품이 요즘 자주 들어와요. 알죠?

 

대표 : (약점부터 짚고 말하다니 뭔가 바라는 게 있군...)

 

간부 : 하반기에도 이 물량 이 결제금 그대로 가도록 하죠

 

이사 : 무슨 말씀 나누셨습니까?

 

대표 : 단가 후려치기 당했네

 

이사 : 예...?

 

대표 : 원자재 가격이 인상된 거 알테지. 그런데 하반기에도 결제금을 그대로 하자는군

 

이사 : 정말 쓰레기같은 놈들이군요

 

대표 : 정부야 뭐 이런거 제발 신고하라고 난리지만 자기 회사에 못질하는 격이지

어쩌겠나. 그대로 따라야지

 

비서 : 직원들이 서류를 들고 왔던데 책상에 뒀으니 보시죠

 

대표 : 뭐, 됐어. 짠돌이 짓 좀 해야지 뭐. 그러려니 해

 

 

회장 : 나이드니 이렇게 간단히 소주 한 잔 마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어

허구헌날 계집질에 룸빵질 즐기는 놈들 뿐이 주변에 없으니...

 

 

대표 : 어느 누구도 우리의 마음을 알 수는 없을 겁니다

 

회장 : 난 외롭다네. 텅 빈 도시의 고층 빌딩 꼭대기에 나만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네

 

대표 : 정상에 오른 사람은 고독한 법입니다

 

회장 : 이번에 물량 30% 줄인다는 소리 들었나?

다 내 새끼같은 직원들이야. 내 손으로 자를 수가 없네...너무 괴롭네

 

대표 : 이 고비를 넘기면 그래도 뭔가 나오겠지요

 

회장 : 그게 언제쯤일지...그나저나 자네 전부인 소식 들었네

 

대표 : ......

 

회장 : 미친 년 같으니...수영강사랑 아예 대놓고 물고 빨고 하고 다니더만...

 

대표 : 그래도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돈이 그렇게 만든 거죠

 

회장 : 돈이라...

 

대표 : 그게 바로 돈의 맛이란 겁니다

죽거나 돈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모르고 살 겁니다

 

회장 : 그래...

 

대표 : 저는 또 사람 만날 일이 있어서요. 천천히 드시다 가시죠

 

회장 : 정 대표

 

대표 : 예?

 

회장 : 자네는 강철 같은 사람이야. 그게 늘 부러웠네

잘 들어가시게

 

대표 : ......

 

비서 : 아, 대표님

 

대표 : 오래 기다렸나?

 

비서 : 아닙니다. 가시죠

 

대표 : 자네가 보기에는 내 삶이 어때 보이는가. 부러운가?

 

비서 : ...?

 

대표 : 난 잘 모르겠네. 내 미래는 결국 두가지 주 하나야

회사가 망해서 유서 남기고 사라지거나, 직원들에게욕 먹어 가며 노후를 보내겠지

자네라면 어떤 미래를 선택하겠가?

 

비서 : ...

 

대표 : 오늘은 잡소리가 길었군. 내가 술을 좀 먹어서 그러니 운전 좀 해주게

 

비서 : 라디오라도 들을까요

 

 

[다음 뉴스입니다.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요. 한때 국내 유망 중소기업이었던 OO인터내쇼날의 회장이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투신해 숨졌습니다

장 회장은 막대한 사업과 빚과 부채에 고민해 왔으며, 직원들에게 미원하다는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비서 : 이건...

 

대표 : ......

 

비서 : ...비가 제법 오네요. 날이 추워지겠군요

 

대표 : ......

 

 

 

 

출처 : 일간베스트 원글은 중소기업이 고소해서 지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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